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갱년기가 시작됬는지 요즘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울컥 하곤한다. 그런 상황에 맞닥드리면 이성으로 꾹 억누르며 참는데, 그러고 나면 머리도 지끈 지끈 아프고 가슴도 먹먹해진다. 차라리 그냥 내려놓고 울고 나면 개운할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그런 센티멘탈한 감성에 내 자신을 맏기는게 어색하다. 그런 감정이 올라오면 얼른 다른 생각을 한다든지 해서 그런 상황을 모면하곤 한다.
그런데 얼마전 그 감정 억누르기를 실패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동호인들과 테니스를 치는데, 모임 시간이 8시라 사무실에서 잔무를 하면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텅빈 사무실에서 Youtube을 통해 김동율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뮤직 비디오를 보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이 터졌다. 뮤직비디오는 영화 '건축학 개론'의 영상을 편집하여 만들었는데 감성적인 가사가 주인공 엄태웅씨의 알수 없는 얼굴 표정에 오버랩되니까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엄태웅씨의 얼굴 표정에는 첫사랑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이제는 너무 멀리와서 돌아가면 안된다' 하고 억누르려는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아마도 엄태웅씨가 고민하던 대상자가 한가인이 아니었고, 첫사랑 대상자가 수지가 아니었으면 눈물까지는 흘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늙은이는 과거를 이야기하고 젊은이는 미래를 이야기 한다'고 한다. 나도 늙은이가 되가고 있는건지 요즈음은 앞으로의 일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난일에 대한 후회와 미련이 더 많이 회상된다. 후회되는 일들에는 사업적인 일들도 있었고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생긴 일도 있었다. 사업해서 실패했던 일들은 그나마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을 했기에 비록 돈은 잃었지만 크게 아쉬움은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사람과의 실패했던 인간 관계나, 내가 상처를 줘서 떠나보낸 이들을 생각하면 많은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서로 안 맞아서 멀어진 것이야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치더라도 배려없는 나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를 받아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면 속상하고 되돌리고 싶어진다. 특히 나의 행동이나 말을 필요 이상의 의미로 받아드리거나 오해하여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때 더욱 더 아쉽고 속상하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만나서 사과라도 하고 싶은데 망설이다 결국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곤 한다. 마음 한편에는 상대방이 마음의 준비가 않됬는데 내가 편하자고 생뚱맞게 사과하는것도 아닌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이미 나의 말에 상처를 받은 사람한테 과연 사과를 한다고 그 상처가 치유될까 하는 의구심도 들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실수나 오해를 돌이킬수 있으면 돌이키는게 옳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냥 내버려 두는게 나을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살면서 실수도 하고 본의건 아니건 타인들에게 상처도 준다. 나도 타인에게 상처를 줬고, 또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대상자가 아쉬움을 남긴 첫사랑이었건, 아니면 인간 관계가 끊어진 지인이었건 간에 첫사랑에게는 '다시 사랑한다' 말을 해서는 안되고 이미 관계가 끊어진 지인은 그냥 잊고 사는게 서로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괜시리 지난 기억을 들춰서 분란을 만들수 있고, 설령 관계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또 다시 안 좋아질 확률도 많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감성에 빠져 주변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보다 미안했으면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더이상 후회할 짓을 안하며 살려고 노력하는게 더 나을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나같이 앞으로 살 날보다 산 날이 많은 사람들은 지난날에 대한 후회보다는 앞으로 사는 동안 어떻게 살것인가를 더 고민해 봐야 할것 같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타인을 배척하거나 질책하기 보다는 그냥 담담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주고, 공격적인 말을 하고 싶을때는 두번 세번 생각한후 말을 해야겠다. 향여나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때는 기다리지말고 그때 그때 용서를 구하고 사과를 해야 겠다. 지난 실수야 해결을 못한다고 치더라도 더이상 실수를 쌓아가며 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