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하는 일을 사랑 하는가?
네가 하는 일을 사랑 하는가?
"This guy's crazy!"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 성당 입구에서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이다. 건축물에 조예가 깊으면 가우디(Gaudi)의 천재성을 찬양하면서 건축물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고상한 표현을 쓸텐데 그렇지 못하니까 '미쳤다' 라고 밖에 표현할수가 없었다. 건축물을 그린 그림들은 많이 봤어도 한폭의 그림을 건축물로 그대로 옮긴것 같은 건축물은 여지껏 본적이 없었다. 그정도로 건물 전체가 가우디라는 화가가 큰 3D 캔버스에 기존의 건축틀에 구애 받지 않고 그의 상상력을 고스란이 그려넣은 느낌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기전에 가우디의 Parc Guell과 Casa Mila를 봐서 '이사람이 건축가라기 보다는 예술가 쪽에 가까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은 했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고 나서는 그 생각마저도 없어졌다. 그냥 가우디는 천재 화가였다. 어떻에 그렇게 성당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일반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가 될수 없는 것은 상상력(imagination)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가우디가 졸업한 건축학교 학장도 가우디가 바보(미쳤거나)이거나 천재거나 시간이 말해 줄거라 했다던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닌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아내와 늦은 점심으로 미국에서 먹어본 파야야 보다 열배는 더 맛있는 파야야를 먹으면서도 오전에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충격의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그리고 답을 알수 없는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도대체 무었때문에 이런 성당을 지었으까? 이 성당이 바벨탑과 뭐가 다른가? 가우디는 43년 동안 이 성당을 짓는데 매달리면서 자기 살아 생전에 완성을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았을까? 가우디는 속도도 느린Tram에 치었을때 무었에 정신이 팔려서 걷다가 사고가 났을까? 왜 가우디가 죽은지 100년이 되는 2026년 맞춰서 완공을 한다는 것일까? 바르셀로나 도시가 가우디 때문에 먹고 사니까, 이런 계획도 장삿속 일까? 그리고 하나님은 과연 이런 건축물로 영광을 받으실까? 물론 이런 질문들의 답은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자문 자답하듯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만 펼칠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성당 지하실에 위치한 가우디 박물관에서 본 가우디가 한 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To do things right, first you need love, then technique" 물론 가우디가 한 말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데, 언듯보고 "일을 바르게 하려면, 먼저 네가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하고 그 다음이 테크닉이다"하고 의역해서 넘어 갔었는데, 충격 때문인지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분석적으로 변해 있었다. 왜 you need to love [what you do] 라고 하지 않고, 'to' 를 빼고 you need love라고 했을까? 'to'를 빼면 you는 사랑이 필요한 피주체가 되고, 'to'를 넣으면 you가 주체가 되어 내가 번역한게 맞는데, 일부로 'to' 넣지 않고 말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love는 무슨 사랑인가? '[the] love [of god]' 인가? 그래서 가우디는 "네가 일을 바르게 하려면, 너에게 신의 사랑이 먼저 필요하고, 그 다음에 너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라고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가우디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에게 '일과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날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시차때문에 일찍 일어나 호텔앞 베이커리 샵에서 갓 구운 크로산빵과 커피를 마시며 은퇴후엔 이렇게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일기 쓰듯 글을 쓰겠노라고 감상적 '똥폼'을 잡았었었다. 그런데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고 그가 한말을 생각하니까, 가우디가 'right'하게 하기 위해 자기 일을 사랑했나, 아니면 신의 사랑으로 'right' 을 이루려고 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됬다. 그러다 갑자기 가우디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너의 일을 사랑을 가지고 하는가?" 하고.
내가 했던 과거의 일과 현재 하는 일은 사실상 호구지책으로 하는 일, 즉 직업이다. 이것 저것 하는 일도 결국 돈을 더 벌려고 하는 것이지 좋아하거나 사랑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돈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을 사랑'하여 일을 한다는 말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 가우디처럼 일을 사랑해서 일에 미치거나, 신의 사랑으로 일을 'right'하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 만은 그래도 오십넘게 사랑하는 일도 못찾은 내 자신이 한심하고 측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은퇴 전까지도 나의 일을 사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엄습해왔다. 그러나 혹시 가우디가 한말이 '신의 사랑' 이었다면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신의 사랑으로 내가 변할수도 있을테니까.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궁금증들은 나의 자문자답을 통해서 많이 해소가 됬다.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죽기전에 완성해려 했건 아니건, 그리고 그가 또 다른 의미의 바벨탑을 지으려 했건 아니건, 그것은 중요한게 아니었다. 중요한건, 가우디는 죽을때까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짓는 것을 사랑했고, 서두름 없이 자신의 신앙을 건축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사랑해서 한 일이건, 아니면 신의 사랑으로 영감을 얻어서 한 일이건, 거기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러기에 그의 건축물을 통해서 나같은 사람도 한번쯤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또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게 했다는 것이다. 가우디가 오늘 내 인생에 큰일을 했다.